자가면역 질환의 하나인 크론병(염증성 장 질환)은 최근 돼지편충을 이용한 치료로 해법을 찾고 있다. 현재 독일 등 유럽에서 주로 시도되고 있는 이 치료법은 아주 간단하다. 환자가 돼지편충 알을 먹으면 그 알이 몸속에서 부화해 장벽을 자극하고, 면역체계는 이를 외부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자기 세포를 공격하던 이상 반응이 사그라들어 병이 낫는다. 돼지편충은 사람의 장 안에서는 2주 안에 저절로 죽고 배출돼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부산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개를 숙주로 삼는 사자회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천식을 억제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팀은 톡소포자충으로 노인성 치매를 억제하는 동물실험 결과를 세계적 의학저널에 발표했다.
국내외에서 기생충을 활용한 바이오 신약 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충북도가 기생생물 자원 확보와 관련 산업 선점을 위해 '기생생물자원 세계은행'(이하 세계은행)설립을 추진한다.
충북도와 충북대학교는 14일 충북도청에서 대한기생충학ㆍ열대의학회(회장 최민호)와 공동으로 세계은행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채종일 세계기생충학자연맹 회장 등 기생생물 석학과 전문가 10여명이 동참해 세계은행 설립에 힘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세계은행은 2005년 충북대가 설립한 '기생생물 자원은행'을 확대,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할 참이다.
국내 유일의 국가지정 연구소재 은행으로 출범한 이 기관은 현재 해외 14개국 27개 기관과 결연하고, 기생충알ㆍ유충 등 약 20만점의 기생생물 자원을 수집ㆍ보관중이다.
그 동안 국내외 연구기관 및 대학교 등에 약 1만 6,000여 점의 자원을 분양해 10억원 이상의 대체수입 효과도 거뒀다.
충북도와 충북대는 이를 확대해 기생생물 보관부터 정보 데이터베이스화, 자원 분양 플랫폼을 아우르는 세계은행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나아가 국내외 네트워크를 늘리고 국제표준화 인증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세계 유일의 기생생물 자원은행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채종일 회장과 엄기선(충북대 의대 기생충학)교수 등이 세계기생충학자연맹의 핵심 인물로 포진하고 있어 세계은행을 구축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도는 기대한다.
충북도가 세계은행 설립에 나선 것은 기생생물 자원이 바이오신약 연구개발과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소재로 대두되고 있어서다.
세계 각국은 기생생물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적 차원에서 자원 확보ㆍ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과거 혐오와 해악의 대명사로 알려진 기생생물이 바이오산업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자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세계은행 구축을 시작으로 충북이 기생생물을 활용한 바이오의약 산업의 중심지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