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지위가 높아진 덕분에, 어느덧 한국어는 세계 속에서 소통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국인을 보면 왜 한국에 왔고, 왜 한국어를 배우는지 의아해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외국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잘 먹겠습니다’란 말에 이끌렸다는 것이다. 식사를 대접받은 후에나 먹는 도중에 하는 인사는 당연한 것이다. 이와 달리 먹기 전에 하는 인사야말로 음식을 준비한 이에 대한 진정한 감사란다. 꼭 맞는 말조차 없는 언어권에서 왔다면, 번역을 위해서라도 문화적 의미를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생활에 익숙한 표현들이 마음을 알리는 통로가 된 것이다.
또 다른 말은 까치밥이다. 까치밥은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몇 개 남겨 두는 감을 이른다. 가을의 풍요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나눔을 아는 사람이라면 늦가을 감나무 꼭대기에 빨간 까치밥 서너 개를 남겨 두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해 질 녘 아직 묵을 곳을 찾지 못한 나그네는 이왕이면 까치밥이 있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는 이야기에 유학생들은 한국어에 대한 호감을 넘어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창이 눈이라면,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창은 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외국인이 좋아하는'을 치면 한국 음식, 노래, 영화, 관광지, 기념품 등이 덧붙는다. 이런 검색어는 우리가 그들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 정작 외국인이 검색창에 넣어 볼 검색어는 어떤 것일까? 새삼 그들의 손끝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