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고시원 참사 19개월만에 고시원장 기소

입력
2020.07.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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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점검' 소방대원은 불기소








7명의 사망자를 낸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가 사건 발생 19개월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소방공무원 2명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윤진용)는 국일고시원장 구모(70)씨를 지난달 2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씨는 고시원의 소방안전시설 유지ㆍ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화재 발생 전 고시원을 점검하면서 비상벨과 감지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점검표에 '이상 없음'이라고 적어 넣은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송치된 소방공무원 2명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최초 발화지점에 거주한 박모(사망 당시 73)씨는 전기난로를 부주의하게 사용해 화재를 일으킨 혐의(중실화 및 중과실치사상)로 입건됐지만 지난해 2월 지병으로 사망해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됐다.

'소방의 날'이던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2시간만에 진화됐으나 7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참사를 낳았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이거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일용직 노동자였다.

사건 후 '예견된 인재'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컸다. 고시원이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였지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재 경보 비상벨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또, 화재에 앞서 구씨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직접 선청해 선정됐지만 건물주인 하모(80) 한국백신 회장 등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 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어 논란이 일자 당시 하 회장이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일부 생존자들이 보험사 보상처리를 받은 것 외에 누구도 제대로 된 보상 및 배상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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