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1.5%)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줄곧 외쳐온 노동계는 “역대 ‘최저’가 아닌 ‘최악’의 수치”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삭감을 주장해온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최소 동결됐어야 한다”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14일 오후 한국노총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죽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대내외적 평가에 비교하면 1.5% 인상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참담하다”고 평했다. 이어 “공익위원들이 물가상승률ㆍ경제상승률 등을 이유로 내놨지만 이를 고려해도 현행 최저임금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노총의 근로자위원들은 전원 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아쉬움을 보였지만 그 방향은 정반대다. 경총은 “코로나19 판데믹에 따른 외부충격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중소ㆍ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빚으로 버티면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이 최소 동결되어야 했다”며 “인상률이 비록 역대 최저치이나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소상공인ㆍ중소기업계 등은 “아쉽지만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고 고용유지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수용의 뜻을 표시했다.
한편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일제히 ‘공익위원 중심의 최저임금 결정제도를 개편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두고 각계가 최종 표결안을 낸 공익위원에 책임을 묻는 모습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매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리그’는 그만둬야 한다”며 “최저임금 제도 자체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투쟁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 역시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구조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임위 진행 과정에서 파행을 반복한 노ㆍ사위원의 역할을 묻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근로자위원들이 13~14일 열린 마지막 전원회의에서 불참ㆍ퇴장해 표결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청년유니온은 “이번 심의에서 공익위원이 4년 만에 심의촉진구간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위원들은 불참을 선언하여 수적 열세를 자초했다”며 “코로나19 속에서 뚜렷한 전략도 없이 저임금노동자를 외면한 협상”이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