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 밤'에 또다시 워싱턴 정가를 들쑤셔놓았다. 10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복역을 사흘 앞둔 '40년지기' 로저 스톤을 사실상 사면하면서다. 재선 고지의 걸림돌 중 하나인 '러시아 스캔들'의 그림자를 청산하려는 듯한 이번 조치는 그러나 안팎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금요일 밤 기습 발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그는 자신이나 측근을 겨냥해 조사를 벌이는 정부 내 주요인사들의 금요일 밤을 악몽으로 만들곤 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해 본인 측근들의 비리를 수사하던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지검장 교체를 전격 발표한 게 바로 지난달 19일 늦은 밤이었다.
5월 1일과 15일에는 각각 크리스티 그림 보건복지부 감찰관과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갑작스레 경질했다. 그림 전 감찰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장비 부족을 지적했고, 리닉 전 감찰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인사권 남용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앞서 4월 3일에는 자신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의회에서 공론화하도록 한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에게도 속전속결로 해임 통보했다.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의 학살'로 유명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해고함으로써 FBI의 독립성을 흔든 2017년 5월 9일이 시발점이었다. 이듬해 3월 13일에는 아프가니스탄ㆍ북한ㆍ이란ㆍ러시아 등에 대한 전략에서 이견이 상당했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 외교무대의 기획자 격인 '미국 국무장관'(렉스 틸러슨)을 트윗 해고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9월 10일엔 사의를 표명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더 이상 백악관에 근무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는 트윗을 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 밤을 중대 발표의 '디데이'로 꼽는 듯한 양상이 확연하다. 미 CNN방송은 "대통령직에 오른지 3년을 지나면서 트럼프는 여러 차례 '적'을 해고하거나 또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은 행보를 주로 '금요일 밤'에 보여주고 있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