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선수'들이 KBO리그를 점령하고 있다. 이정후(키움)와 박세혁(두산)으로 대표되던 야구인 2세들의 활약은 올 시즌 대거 늘었다. 1982년 출범해 어느덧 38년의 세월만큼이나 아버지의 뒤를 잇는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올 시즌 가장 먼저 스타덤에 오른 2세는 입단 9년 만에 빛을 본 무명의 강진성(NC)이다. KBO리그의 베테랑 심판 강광회씨의 아들이다. 최근엔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인 이성곤(삼성)이 깜짝 활약을 펼치며 화제가 됐다. 유원상(KT)-유민상(KIA) 형제도 올 시즌엔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유승한 전 경찰야구단 감독의 아들들이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야구인 2세가 '천재' 계보를 잇고 있다. 정회열 전 KIA 수석코치의 아들 정해영(KIA)이다. 정해영은 아버지인 정회열 전 코치의 광주일고 후배로 부자가 나란히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정 전 코치는 1990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아버지의 DNA를 물려 받은 정해영은 지난 10일 광주 키움전에서 8-8로 비긴 연장 10회초 팀의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 강타선을 2이닝 동안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연장 11회말 대타 최원준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 1일 한화전에서 역대 21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승리에 이어 시즌 2승을 챙겼다. 정해영은 지금까지 4경기에 출전해 5.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59로 KIA 구원진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강점은 189㎝ㆍ98kg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는 140㎞ 후반대의 묵직한 직구다. 여기에 긴박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이 돋보인다.
프로야구 2세 선수가 주목 받은 건 이종범(전 LG 코치)의 아들 이정후의 등장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했다. 그나마 김진영 전 감독의 아들인 김경기(SPOTV 해설위원) 정도가 성공한 2세 사례로 꼽혔다.
해를 거듭할수록 2세 선수의 활약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신경현 전 한화 코치의 아들로 지난해 한화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대형 신인' 신지후가 아직 데뷔하지 않았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 도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귀국해 재활 중이다. 고교야구로 넓히면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의 아들 장재영(덕수고)을 비롯해 진갑용 KIA 코치, 이호준 NC 코치의 아들 등 많은 2세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