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지난 5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투표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극우성향 후보ㆍ정당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일본 정치의 우경화 추세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고이케 지사는 현직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3월 말부터 매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TV에 얼굴을 내밀었고, 도쿄도가 제작한 코로나19 공익광고 출연은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었다. 덕분에 그는 단 한번의 거리유세 없이 온라인 선거운동만으로 59.7%를 득표할 수 있었다.
NHK방송이 지난달 21~24일 도민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그의 능력 중 발신력(82%)ㆍ리더십(72%)ㆍ결단력(68%)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제시된 20가지 능력 중 가장 평가가 낮은 건 '약자에 대한 공감'(38%)이었다. 이는 그의 극우적 정치성향과 맞닿아 있다.
고이케 지사는 전임자들과 달리 2017년부터 매년 9월 열리는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같은 해 중의원 선거 당시 희망의당을 창당할 때는 '외국인 참정권 부여 반대'를 입당 조건을 제시했을 정도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환경장관 재임시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도 참배했다.
우익정당인 일본유신회의 지원을 받은 오노 다이스케(小野泰輔) 후보도 득표율 10.0%로 4위를 기록하며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그는 10.0%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했다. 그의 선거포스터에는 일본유신회 소속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지사의 얼굴이 함께 실렸다. 오사카 기반 지역정당인 일본유신회가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수도권에 진출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이다. 자민당이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의석이 감소할 경우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 일본유신회에 손을 내밀 것이란 관측이 많다.
놀라운 건 혐한 시위를 주도해 온 '재특회'를 설립한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 후보가 17만8,784표(득표율 2.9%)로 5위를 기록한 사실이다. 더욱이 2016년 선거보다 6만4,000여표나 더 끌어 모았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혐한'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으로 부르며 중국을 적대시하는 등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집권 자민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고, 이를 견제할 야권은 분열했다. 대안 세력의 부재로 투표율(55.0%)은 4년 전(59.73%)보다 낮았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는 '정치 무관심' 속에 극우성향 정치세력이 유권자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