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해 8월 '2017년 소음진동 관리시책 추진실적 평가서'를 통해 소음피해학교 현황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전국 초중고교와 대학교 1만3,807곳 중 213곳의 학생들이 기준치를 넘는 소음에 노출된 채 수업을 받고 있었다.
서울지역 피해학교가 156곳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중 141곳은 도로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음벽을 설치해야만 했다. 경기 수원시와 강원 강릉시ㆍ인제군 등의 피해 학교도 이중창 또는 방음벽을 설치한 곳이 많았다. 광주 서구와 광산구 소재 10개 학교는 환경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75~90데시벨(㏈A)의 극심한 항공기 소음에 노출돼,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동산고도 소음저감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학교 내 실내소음이 70~72㏈A에 달했다. 이는 번잡한 길거리나 백화점 식당 내 실내소음(70~80㏈A)과 비슷한 수준이다. 인천시가 2016년 소음 경로를 차단하는 방음벽을 설치한 뒤에야 실내 소음도를 58~62㏈A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시끄러워서 도저히 공부를 못 하겠다'는 학생들의 호소는 변명이나 핑계가 아니다. 귀청을 찢는 듯한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학생들의 학습권이 현저히 침해 받기 때문이다. 집중력을 깨지 않는 수준의 '백색 소음(비, 바람, 귀뚜라미 소리처럼 파동이 일정한 소리)'은 뇌를 활성화해 작업 능률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처럼 독해력이나 집중력, 기억력이 필요한 고차원적 학습을 하거나 복잡한 사고를 요하는 작업을 할 때, 기준치를 초과하는 소음은 치명적이다. 주거지나 병원, 공공도서관 주변 소음을 65㏈A 이하로 유지하도록 정한 소음진동관리법이 학교 내 소음기준만 그보다 훨씬 엄격한 55㏈A로 규정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다. 잡음 없이 교사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특이한 점은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등 강남3구는 학교 내 소음의 영향이 매우 미미했다는 점이다. 고층아파트와 상가 등 학교를 둘러싼 주거지가 소음을 차단해주는 방음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음진동기술사무소 NVT 정태량 대표는 “소음 영향을 고려해 도시를 설계한 지역에선 도로 인근에 상가나 주거지가 위치하고, 학교는 가장 안쪽에 자리한다”며 “주거지가 소음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해서 도시공학적으로 볼 때 학생들의 학습환경이 안정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음은 학습에 어떤 영향을 줄까. 서울시가 2017~2018년 소음진동기술사무소에 의뢰해 마련한 '교통소음 저감사업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소음피해 지역에서 성장한 아동은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상승해 안정 시에도 혈압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인체가 항상 위기상황이라고 느끼는 ‘교감신경 항진증’이 나타날 수 있어, 아이들은 학습을 방해하는 소리를 들으면 소음에 순응하는데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귀를 멍하게 하는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성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기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공항 인근 학교의 학생은 상세한 독해력이나 어려운 문제를 끈기 있게 푸는 학습 지구력이 떨어지고, 학습 의욕과 독해시험 성적이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