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혐오 게시물에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이 불매 운동에 시달리더니 이번엔 구글과 아마존 등의 광고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린 웹사이트들이 벌어 들인 광고수익 대부분을 이들 업체가 제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IT 업계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이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영국 연구기관 국제허위정보지표(GDI)는 8일(현지시간) “구글과 아마존 등이 운영하는 디지털광고 플랫폼이 올 한해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를 게재한 웹사이트들에 최소 2,500만달러(약 299억원)를 지급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구글의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광고 수익의 4분의3을 웹사이트들에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가짜뉴스 유통의 든든한 자금줄이 된 셈이다.
GDI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허위정보를 퍼뜨린 ‘아메리칸씽커’ ‘빅리그폴리틱스’ 등 480여개 영어 웹사이트를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 해당 사이트들은 위험한 코로나19 치료법, 바이러스의 5세대(G) 통신망 기원설 등 허무맹랑한 정보를 마구 유통시켰다
웹사이트에 광고를 낸 광고주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구글 등은 미리 정해둔 규칙, 이른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수주 받은 광고를 각 사이트에 자동 배정하기 때문에 광고주의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로레알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닛산 등 수많은 유명 기업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 사기꾼들을 먹여 살린 꼴이 됐다. 심지어 광고주 명단에는 영국 의사 노조인 영국의사협회(BMA)까지 들어 있었다.
각종 잡음이 불거지면서 IT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업체 스스로 디지털광고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이 많다. 크레이그 파간 GDI 프로그램 국장은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목표에 맞지 않는 웹사이트에 대해 광고차단 목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검열이 아니라 광고비를 어디에 쓸 것인지 결정하는 권리행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 경제지 포춘도 “최근 기업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의해 광고가 부적절한 콘텐츠와 함께 나가는 것을 불평하고 있다”며 “IT 기업의 광고 사업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 구글 측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보고서는 가짜정보 기준과 수익계산 방식이 투명하지 못해 결함이 있다”며 “유해 콘텐츠에 광고가 나가지 않도록 엄격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신은 “구글은 보고서에서 지적된 웹사이트 10곳을 검토한 뒤 절반에 대해 광고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