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8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도 크게 늘었는데 대부분이 주택거래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저금리로 이자 부담이 낮아지면서 가계가 자산시장 진출을 위해 다시 대출에 손을 뻗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8조1,416억원 늘었다. 지난 4월(4조8,603억원)과 5월(4조9,898억원)에 예년 수준으로 축소됐던 월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6월(5조4,000억원)과 비교해도 크게 늘어난 수치로, 매년 6월만 놓고 보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은 5조406억원으로 5월 증가액보다 대략 1조1,000억원 더 늘었다. 주택 매매와 전세관련 자금수요가 유지된 가운데, 5월까지 늘지 않았던 중도금 대출을 중심으로 한 집단 대출 취급이 늘면서 증가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이다.
실제 서울과 경기의 부동산 동향을 보면 다소 줄었던 거래량이 5월 들어 미세하게 반등했다. 서울은 5월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4월 대비 3,000건 불어난 6,000건을 기록했고 경기도 역시 5,000건 불어난 1만7,000건이 거래됐다.
전세자금 수요가 증가한 것도 대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주담대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5월(2조원)은 물론 지난해 6월(2조원)보다도 5,000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주담대로 분류되지 않은 기타 대출도 5월 증가액에 비해 2조원 큰 3조1,010억원이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늘어난 주된 이유는 주택 거래 관련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SK바이오팜 등 공모주 청약도 신용대출 증가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3월에서 5월 사이 총 62조6,000억원이 급증했던 기업대출은 6월 들어 증가규모가 총 1조5,487억원에 그치면서 크게 줄었다. 분기 말 일시 상환 요인도 있지만,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자금조달이 쉬워진 면도 있다.
대기업 대출은 외려 5월보다 3조3,644억원 감소했고, 5월에는 13조3,051억원 불어났던 중소기업 대출도 6월에는 4조9,131억원 증가에 그쳤다. 회사채 발행은 시장 여건이 나아지면서 6월 들어 순발행금액이 4조4,429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