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와 ‘도란도란’ 상담? 국방부 피해자 쉼터 ‘작명 논란’

입력
2020.07.09 11:19
국방부 ‘도란도란 쉼터’ 오늘 개소
“내부 공모 거쳐 투표로 결정”



‘성폭력 피해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

 국방부가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든 ‘도란도란’ 쉼터가 개소 당일부터 작명 논란에 휩싸였다. ‘도란도란’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나직한 말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모양’으로 성폭력 피해가 ‘도란도란’ 이야기할 소재냐는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9일 “군내 성폭력범죄 피해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만을 위한 공간인 ‘도란도란 쉼터’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란도란’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한 뒤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 적합하면서 정겹고 따뜻한 어감으로 부르기 좋아 명칭으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성폭력 피해를 ‘정답게 이야기할 주제’로 인식한 것이다.

문제의 명칭은 내부 공모와 투표를 거쳐 나왔다고 한다. 때문에 국방부의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 방지에 앞장서야 될 집단의 수준이 저 정도인데 군 전체의 성인지 감수성은 어느 정도겠느냐”며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도란도란 쉼터’는 군내 성폭력 피해자가 정식 조사를 받기 전에 대기하거나 상담을 받는 장소로, 피해자가 원할 경우 쉼터에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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