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고 끝 건의 즉각 거부한 추미애... "사실상 수사팀 교체, 받을 수 없다"

입력
2020.07.08 19:54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ㆍ언 유착 사건 수사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겠다며 '독립수사본부'를 구성할 것을 건의했으나, 추 장관은 "내가 내린 지휘와 맞지 않는 방안"이라며 즉각 거부했다.

추 장관은 8일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할 독립수사본부 구성을 건의한 데 대해 "(총장의 건의안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수사지휘)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 의견을 고려했다"며 독립수사본부 수사를 골자로 한 방안을 추 장관에게 건의했다. 독립수사본부는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며 윤 총장 자신은 지휘라인에서 벗어나 수사 결과만을 보고받겠다는 안이었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 수사팀도 이 독립 수사본부 안에 포함된다.

추 장관은 2일 지휘권 발동을 통해 △전문수사자문단 구성 중단 △측근이 연루된 수사에서 총장의 지휘 배제 △현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독립적인 수사 보장 등을 주문했다. 추 장관은 이후 수 차례 "내 지휘는 문언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라며 지휘 내용 그대로 이행할 것을 윤 총장에게 강조했다. 이런 반복된 지시에 비춰 보면 추 장관은 윤 총장의 낸 독립수사본부안이 현 수사팀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사실상 수사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변경하는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장고 끝에 낸 방안을 추 장관이 즉각 거부함에 따라, 검언유착 의혹 수사 방식을 둘러싼 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을 더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윤 총장을 향해 "9일 오전 10시까지 기다리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최후통첩 기한이 끝나는 시점까지 두 사람의 갈등이 조정되지 않으면, 두 사람의 대결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 감찰이나 윤 총장의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극단적인 양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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