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당하게 사는 코기가 세상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은?

입력
2020.07.09 11:30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세상에서 평생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바로 앞에 작은 돌이나 턱이 있어도 보지 못해 넘어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사랑하는 이의 얼굴도 볼 수 없죠.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을 못 봐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죠. 다음에 소개할 사연도 가족의 사랑으로 개당당, 개행복하게 사는 댕댕이 이야기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무서웠던 쫄보 강아지 '설리(Sully)'의 견생역전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최근 동물전문매체 더도도는 캐나다에 사는 여성 '첼사 힐(Chelsea Hill)' 씨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1년 전 힐 씨는 친한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해요. 그 친구는 "지금 동물병원 호텔에 버려진 강아지가 있다"고 말했죠. 강아지는 아직 어린 웰시코기인데, 앞을 못 본다는 말도 전했습니다. 친구는 "혹시 여건이 된다면 이 강아지를 입양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힐 씨는 이미 '웰스(welse)'라는 이름의 웰시코기를 키우고 있었죠. 웰스와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오갈 데 없는 아기 코기를 결국 입양했습니다. 그리고 설리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힐 씨 집에 처음 온 설리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해요. 밖에서 작은 바람 소리만 들려도 설리는 공포에 질려 얼음이 돼 버렸습니다. 설리는 다양한 냄새에도 유독 겁에 질렸다고 해요. 잔디나 바다 냄새만 맡아도 꼼짝 못하고 벌벌 떨었습니다. 힐 씨는 "앞을 못 보는 설리가 청각과 촉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어떤 감각을 느껴도 설리는 무서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랬던 설리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가족들의 노력 덕분이었죠. 가족들은 설리가 앞을 보지 못해도 겁먹지 않고 살 수 있도록 교육했습니다. 힐 씨와 다른 가족들은 설리가 집에 있거나 산책하러 나갈 때 새롭게 맞닥뜨리는 상황이 있다면 무한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설리가 장난감을 물어와도 힐 씨는 잘했다며 얼굴을 쓰다듬었습니다. 계단을 하나만 올라도 "설리, 너무 잘했어! 정말 최고야"라며 간식을 줬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칭찬을 해주니 설리도 점점 용기를 냈습니다. 산책을 나갈 때 항상 리드 줄을 물며 걷지 않았던 설리는 이제 다른 반려견처럼 산책로를 걸었죠.


가족들의 정성스러운 보살핌과 교육 아래 설리는 어느새 행복한 개로 성장했습니다. 어디가든 당당하게 냄새를 맡고, 잔디밭이나 바닷가에 가도 옛날처럼 얼어버리지 않습니다. 넓은 공간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바다 남새, 잔디 냄새를 잔뜩 맡습니다. 

힐 씨는 "설리는 더 이상 쫄보가 아닙니다. 그 어떤 개보다 행복하게 웃고, 즐기죠. 앞을 못 봐도 행복하게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의 사랑이 있다면 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설리.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설리가 만약 꿈속에서라도 가족들을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엄마, 아빠! 
제가 ‘개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trinity03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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