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를 앞세워 중국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FBI를 통한 '중국 때리기'로 지난달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폭로한 '차이나 스캔들'을 반박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7일 (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날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중국의 악의적인 대외활동은 1년 내내, 24시간 우리의 정책이나 입장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이는 상시적인 위협이며 선거에도 분명히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분명히 선호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중국의 구체적인 범죄 사례도 공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대량 해킹과 신원 도용, 광범위한 스파이 활동에 연루돼 있다"며 "FBI 현장사무소 56곳 모두에서 기술도용 시도를 1,000건이나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의 이른바 '여우 사냥'으로 불리는 반체제 인사 색출ㆍ추적 활동을 거론한 뒤 "희생자 중 수백명은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 소지자"라며 "중국은 이들을 강제 귀환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충격적 전술까지 동원한다"고 비난했다.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두고 FBI가 특정 국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건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대선 국면 전환을 의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가장 심각한 시점에 볼턴 전 보좌관이 '중국과의 2020년 대선 거래 의혹'을 주장한 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도 꼽히는 레이 국장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치행위로 해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