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웃던 브라질 대통령, 양성 판정

입력
2020.07.08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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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코로나19 대응에 대통령 향한 비판 커지는 사이, 확진자는 계속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약한 독감'이라고 무시하던 자이르 보우소나루(65) 브라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서도 자신의 건강을 장담했지만 바이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등은 38도가 넘는 고열 등의 증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날 검사를 받고 나서도 지지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폐 검진을 해봤는데 깨끗하다.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통령실 측은 4개월 만에 네 번째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결과를 기다리면서 하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줄곧 코로나19 심각성을 부인하는 발언과 행보로 논란을 빚어왔다. 초반에는 코로나19를 '약한 독감'이라고 조롱하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채 집회 장소에서 지지자들과 포옹하고 다녀 비판을 받았다. "봉쇄의 경제적 여파가 바이러스 자체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태 초반 제대로 된 방역 대책도 실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을 시행하는 지방정부를 비판하기 일쑤였다.

대통령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브라질은 코로나19 세계 2위 피해국이 됐다.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6만5,000명 이상이 6일 현재까지 사망했고 162만3,28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 3위인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와 비교하면 2배가 넘을 만큼 격차가 크다. 특히 아마존 등 보건시설이 취약한 지역에서 무더기 감염 사태가 벌어졌고 빠른 확산세로 기존 의료 체제는 붕괴 위기에 놓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올해 실시될 예정인 지방선거도 1개월 연기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건강을 공격한 코로나19는 그의 정치 생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바이러스 퇴치에 무관심한 대통령을 향한 여론이 나빠질대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업체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긍정 평가를 한 답변이 27%에 그쳤다. 반면 부정 답변은 49%에 달했다. 여기에 연방경찰  수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고, 지지자 사기혐의 관련 대법원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한편 이번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처방을 받은 하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은 모두 논란이 거셌던 약품들이다. 말라리아 등에 쓰이는 치료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한 채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한때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부작용을 경고한 후 논란은 일단락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제약사와의 개인적 관계를 위해 이 약품들을 무리하게 치켜세운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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