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박양우 장관 "스포츠분야 사법경찰 도입 추진"

입력
2020.07.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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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등 故 최숙현 사건 관련기관 회의 
내달 독립기구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수 인권보호를 위한 독립기구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시키고 스포츠분야 특별 사법경찰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 인권침해 관련 조치 및 향후 계획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법무부 형사 2과장, 경찰청 차장,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단장 등이 참석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양우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그 동안 체육계 쇄신과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런 사건이 생긴 데 대해 체육계 수장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철저한 수사와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의 유산”이라고 강조한 뒤 “체육계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낡고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체부는 지난 2일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특별조사단을 가동해 대한체육회를 찾아 경고하고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이날은 경주시 체육회 등에 조사팀을 투입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박 장관은 “신고 후 왜 처리가 지연됐고, 대한체육회 인권보호시스템이 왜 작동 안 됐는지, 회유는 없었는지 등 전반에 걸쳐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어떤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대한체육회 내 스포츠인권센터 관계자들도 문제점이 있다면 고발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체육계의 악습을 끊기 위해 인권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8월 선수인권보호를 위한 독립기구 스포츠윤리센터를 출범한다. 인권침해자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포츠윤리센터의 체육계 내 위상과 권한 강화를 위해 스포츠분야 특별 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체육계 인권침해와 비리, 불공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보완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가족부는 체육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문화 컨설팅과 해바라기센터 운영, 익명신고 상담전화 등을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경찰청은 체육계 전반의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수사단을 구성한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문체부에 협조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체육계 악습과 폐단으로 젊은 선수가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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