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주노틱(Zoonotic) 질병'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유엔의 분석이 나왔다. 야생동물 보호와 자연환경 보존 노력이 없으면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경고다.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은 유엔환경프로그램과 국제축산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주노틱 질병의 증가는 토지 파괴나 야생동물 착취, 기후변화 등 자연환경이 악화하는 데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간이 끊임없이 자연을 개발하고 야생동물의 위기를 초래할수록 주노틱 질병은 더 만연할 것이라는 취지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으로 중국 내 야생박쥐 식용이 거론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1970년대 에볼라바이러스부터 2002년 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2012년 중동호흡기중후군(MERSㆍ메르스) 등 동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노틱 질병이 잇따랐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프로그램 총괄책임자는 "지난 세기에 적어도 6개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발생했고 지난 20년간 주노틱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1,000억달러(약 119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소득국가와 중간소득 국가의 200만명이 탄저균이나 광견병과 같은 풍토병으로 매년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19만 해도 최근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1,155만6,681명이고 사망자는 53만6,776명에 달했다.
안데르센 총괄책임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댐이나 관개시설, 농장 등은 인간 감염병의 25%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여행이나 교통, 식량 공급 등으로 인해 이동이 원활하고 많은 나라 사이의 국경이 사실상 제거된 환경도 병원균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는 복잡한 개발 문제를 떠안고 있거나 가축 의존도가 높고, 야생동물과의 근접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주노틱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자연을 훼손해 농업을 강화하거나 무자비하게 자원을 소비하는 행위와도 연결돼 있는 셈이다. 안데르센 총괄책임자는 "만약 우리가 야생동물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몇 년 안에 주노틱 질병들이 끊임없이 증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