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에 대해 법원이 6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이례적으로 불허했다. 불허 결정에 엇갈린 시각이 있으나, 이 사건이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책임 방기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손씨를 국내에서 처벌하겠다는 이번 결정이 최소한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처벌되지 않은 관련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불허 결정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손씨의 신병을 확보해 (성착취물 소비자 신상 확보 등) 수사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고,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로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를 댔다. 말이야 옳은 말이나 손씨 송환이 이슈가 되고서야 비로소 그런 수사와 처벌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게 우리나라 사법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22만여개를 회원 4,000여명에게 유포해 4억원의 암호화폐를 챙긴 손씨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이 선고해 확정된 형량은 고작 징역 1년6개월이었다. 대한민국 검·경은 “사이트 회원을 발본색원하는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았고, 미 법무부가 손씨 송환의 이유로 제시한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 기소하지 않았다.
손씨를 미국에 인도해도 아동 성착취물 유포에 대해선 이중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씨 송환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약 22만명이 동의했던 것은 작동하지 않는 성범죄 사법 처리에 대한 좌절과 분노의 표현이다. 외국 사법제도를 이용해서라도 반인륜적 범죄자를 엄벌하겠다는 국민 여론은 대한민국이 사법 주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손씨 송환 불허의 책임은 법원과 검경이 져야 한다. 사법부부터 만연한 성범죄의 공범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길 바란다. 아동ㆍ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그 전에라도 판사 개개인이 각성한 태도로 엄한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 수사기관 역시 손씨의 사이트 회원을 비롯해 성착취물 소비자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거대한 성착취물 시장을 뿌리 뽑는 것만이 송환 불허의 진정한 의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