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떠난 우산혁명 주역 네이선 로 "민주화 진영 절반, 이미 홍콩 떠나"

입력
2020.07.06 19:31
네이선 로, 망명 뒤 국내언론과 첫 인터뷰
"9월 홍콩 입법회 선거, 중국이 통제할 것" 
"외국인들도 보안법 영향받을 수 있어"



"민주화 진영 절반이 홍콩을 떠나 대만이나 캐나다 등 외국으로 갔습니다. 대부분 최전선에 있던 운동가들입니다."

홍콩의 자결권 보장을 주장하는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한 네이선 로(羅冠聰)가 6일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현재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의 현황을 알리며 한 말이다. 2014년 22세의 나이에 홍콩 행정장관 선거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을 이끈 로씨는 2016년 24세의 나이에 최연소로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4년 뒤 그는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서린 곳, 홍콩을 떠나야만 했다. 

1일(현지시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현대판 '분서갱유', '홍콩 엑소더스' 논란 등 홍콩 내 분위기는 점점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특히나 로는 조슈아 웡(黃之鋒)과 함께 현재 홍콩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양대 축'이기에 그의 망명 소식은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남겼다. 

이에 그의 심경을 듣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의 계정에 연락을 시도했다. 취재를 요청하는 메시지에 그는 즉답했다. 취재는 긴박하게 이어졌다. 그와 연락이 닿은 이튿날인 6일 기자는 속전속결로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로가 홍콩을 떠나 제3국으로 망명한 뒤 국내 언론과 열린 첫 인터뷰다. 기자가 "요새 많은 외신들의 연락으로 바쁘지 않냐"고 묻자 로는 "인터뷰를 많이 진행해서 정신이 없다"며 웃어보였다. 

로씨는 자신이 외국으로 망명한 것에 대해 "현재 홍콩의 상황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하다"며 "(나는) 홍콩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생각들을 국제적으로 얘기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하는 일이 홍콩 민주화 운동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생 내가 태어난 곳을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며 "언젠가 돌아갈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씨는 홍콩을 떠난 현재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와 달리 끝까지 홍콩에 남아 있겠다는 조슈아 웡에 대해서는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슈아 웡은 분명 (중국 당국에 의해) 잡혀갈 수 있다. 그도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면서도 "끝까지 중국 정부를 압박해가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9월에 있을 홍콩 입법회 선거에 대한 전망에 대해서 로는 다소 현실적이었다. 그는 "분명 중국이 선거를 통제할 것"이라며 "홍콩 시민들의 민심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가 "그럼에도 조슈아 웡은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냐"고 묻자 로는 "우리는 그래도 끝까지 (중국 정부를) 압박, 우리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문에 로는 "이 법은 외국인들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신장 위구르 인권법 등을 비판하는 언론, 외교관, 학자들까지도 중국 당국에 의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로는 "홍콩 사람들은 한국 영화 '택시 운전사' 등을 보면서 시민들이 맞서 싸워 민주주의를 이겨내는 모습을 봤다"며 "한국의 70, 80년대처럼 현재 홍콩에는 비밀 경찰의 고문 등이 존재한다"며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본보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얻기까지 많은 한국인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안다"며 "이 열매는 많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며 연대의 메시지를 촉구했다.

로는 "지금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강한 목소리를 내며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민주주의와 자유에 있어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내의 한 언론은 조슈아 웡과의 인터뷰에서 "웡이 홍콩 보안법에 입장을 내지 않은 한국 정부에 서운함을 드러냈다"고 보도했고, 이에 대해 웡은 "일부에서 내가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모습으로만 비춰졌다"고 해명한 바 있다.

2014년부터 이어온 민주화 운동가로서의 동력을 묻자 그는 "동료들이 고통을 받아가는 것을 보니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대답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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