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한미워킹그룹 할 일과 우리 스스로 할 일 구분"

입력
2020.07.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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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그룹 틀 갇히지 않고 남북관계 역할 시사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 과도한 발언' 지적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한미 워킹그룹'의 운영 방식에 견제구를 날렸다. 여권 일각엔 한미 워킹그룹을 남북관계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한미 공조가 필요한 일'과 '남북이 스스로 할 일'을 구분하는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장관에 임명되면 남북한의 독자적 교류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의 국회 인사청문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사업 논의 창구다.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할 때 미국의 각 부처ㆍ기관과 일일이 제재 면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워킹그룹은 제재 면제 논의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패스트트랙 기구'로 설계됐다.

그러나 워킹그룹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재가를 받는 형태로 운영돼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 여권 일부의 인식이다. 정부가 지난해 북한에 타미플루 지원을 추진했으나 워킹그룹 단계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무산된 것이 그런 시각을 강화했다. 이후 북한은 "워킹그룹 틀에 갇혀 남북 합의가 빛을 보지 못한다"며 노골적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 후보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재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제재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길은 한반도 평화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미 공조 틀을 깨지 않으면서 대북 제재 우회로를 찾는 현실적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안한 북한 개별관광 등 제재 우회 사업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 후보자는 “(통일부 장관이 된다면) 워킹그룹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워킹그룹 운영 방식 변경 추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외교부, 국방부 등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워킹그룹의 기능ㆍ역할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사견을 말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는 "어떤 경우에도 남북 간 대화, 북미 간 대화는 끊이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인의 장점인 상상력과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고 대화를 복원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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