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현 지사의 압승으로 끝난 도쿄도지사 선거 결과에 일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고이케 지사는 6일 최종 개표 결과 366만1,371표(59.7%)를 얻었다. 2위 무소속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후보(84만4,151표, 13.8%)와 3위 레이와신센구미의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후보(65만7,277표, 10.7%)의 득표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집권 자민당ㆍ공명당의 지원을 얻은 그의 압승에는 단일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야권의 분열이 상당한 이유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말 많고 탈 많은 아베 정권이 8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 야권의 지리멸렬이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야당의 부진이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지지율 하락의 역풍을 맞은 상황이지만, 야권 분열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현 정치 상황이 자민당 내부의 국면전환용 조기 중의원 선거 실시 주장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공개적으로 "올 가을 중의원 해산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위기 관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선 안정 지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아베 총리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은 아베 총리에게 걸림돌일 수 있다. 도쿄도에선 이날까지 닷새째 100명대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긴급사태가 재차 발령될 경우 감염 확산 방지와 경제활동 양립을 주장하고 있는 아베 정부에겐 상당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자민당에선 조기 중의원 선거가 치러질 경우 고이케 지사가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그는 2016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를 결성해 자민당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고, 2017년 중의원 선거 때는 '희망의당'을 창당해 아베 총리의 대항마로 나섰다. 아베 총리의 국면전환용 승부수가 자칫 고이케 지사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