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잇따라 임상 중단… 백신은 변이·부작용 우려

입력
2020.07.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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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약 임상시험서 에이즈약도 탈락
렘데시비르도 회복기간 31% 단축에 그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력한 치료제로 꼽힌 ‘렘데시비르’가 국내 환자들에게 투여되기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약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목 받던 성분들의 치료 효과가 예상만큼 높지 않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까지 확인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치료제와 백신 조기 상용화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현지시간) 코로나19 임상시험에서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해본 결과 사망률이 거의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는 에이즈(AIDS) 치료제 ‘칼레트라’의 주성분으로,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함께 ‘약물 재창출’의 주요 사례로 꼽히며 각광 받았다. 하지만 WHO가 지난달 클로로퀸 임상시험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 칼레트라마저 치료제 후보에서 탈락시켰다. 국내 클로로퀸 임상 역시 이미 종료됐다.

신약 개발까진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존 다른 질병의 약 가운데 실험실에서 코로나19에도 효과를 보이는 걸 찾아 활용하려는 방식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른다. 클로로퀸과 칼레트라 모두 시험관 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나타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험실과 인체 내에서의 효과가 엄연히 다를 수 있음이 이번 임상 중단으로 확인됐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물 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 확보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임상에서 그나마 가장 의미 있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약은 렘데시비르인데, 이마저도 환자의 회복 기간을 31% 정도 단축시키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백신은 더 첩첩산중이다. 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 6만개를 모아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약 30%에서 변이 징후가 발견됐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일부 염기서열이 바뀌는 변이는 어디에 생겼느냐가 중요하다. 바이러스의 핵심 구조나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병독성이나 전파력이 높아지고, 기존 백신의 효과도 떨어뜨릴 수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빨라진 것 같다”며 “특히 집단발병을 일으킨 바이러스에 대해 변이 유무와 지역별, 시기별 연관관계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이의 정체와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해야 백신에 어떻게 적용할 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이 상용화한다 해도 부작용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 뎅기열 백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백신의 경우 개발 이후나 도중에 ‘항체 의존적 감염 촉진(ADE)’ 현상이 보고됐다. 백신을 맞은 뒤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오히려 악화하는 부작용이다. 김 교수는 “특히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 바이러스 백신 동물실험에서 ADE가 보고됐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빨라진 변이와 부작용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코로나19 백신이 조기에 개발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단 얘기다.

한편 지난달 22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은 총 941건이다. 3월 11일 56건에서 16.8배 증가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에선 치료제 9개, 백신 2개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치료제 4개와 백신 1개는 국산이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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