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이 제주항공의 셧다운, 구조조정 등 요구사항이 이스타항공의 파산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3일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5일 이내에 갚으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공문을 통해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10 영업일 이내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이 파기한다고 전달했다. 이스항공이 타이이스타제트 항공기 임차 채무 3,100만달러(약 373억원), 이스타항공 임직원 체불임금 250억원 등 총 800억원 이상의 부채를 15일까지 해소해야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양해각서(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녹취파일 내용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3월 20일께 오간 통화에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나"는 최 대표에게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가 "희망 퇴직자에게는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나.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우려하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이삼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체불임금 문제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상직 의원이 지분을 헌납한 후에도 제주항공이 이런 악행을 저지를지 몰랐다"며 "체불임금은 매각 대금을 깎기 위한 볼모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2일 밤 제주항공에 다시 공문을 보내 지난달 29일 이상직 의원의 '지분 헌납'에 대해 재차 설명하고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에는 제주항공과의 M&A가 끝나면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지분 38.6%에 대한 매각 대금 410억원을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하면 제주항공이 150억∼2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재 M&A의 최대 걸림돌이 된 체불 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근로자들이 M&A만 성사되면 체불 임금을 반납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조는 4일 오후 2시 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이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불매운동 등 총력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