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감독 등의 가혹행위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고 최숙현 선수의 폭행 피해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최 선수 측이 올해 2월에도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권위의 대응이 한 발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는 지난해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 문제를 해결한다며 대규모 특별조사단을 꾸렸지만, 폭력 사태로 인한 비극을 막지는 못했다.
3일 인권위는에 따르면 최 선수 가족의 법률 대리인은 지난달 25일 가혹행위 등과 관련한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그러나 최 선수는 인권위에 진정을 낸 바로 다음날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인권위는 "현재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에서 해당 진정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다만 조사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4년 가까이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등에게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최 선수는 지속적으로 국가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 선수 측은 앞서 지난 2월에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다만 3월에 진정을 취하하고 수사당국에 고소했는데, 인권위는 당시 최 선수 측이 진정을 취하한 점을 들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진정서를 낸 건 맞지만 가혹행위 관련한 진정인지는 확인해줄 수 없고 당시 조사 내용도 말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최 선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와 대한철인3종협회에도 진정을 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최 선수가 폭력 신고를 접수한 날짜가 4월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았다”며 “선수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나서서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라”고 지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도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