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싹쓸이’에 반발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 중인 미래통합당이 다음 주 국회에 전격 복귀한다. ‘민주당이 제공할 복귀 명분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 발’로 복귀해 원내에서 투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룡 여당을 상대로 한 원 구성 협상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했지만, 이른바 ‘약자 프레임’이 오히려 민심을 등에 업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 초 상임위 일정에 복귀하느냐’는 질문에 “그 즈음이 될 텐데, 구체적 날짜는 상황을 봐 가면서 정하겠다”고 말했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뒤 다시 소집할 임시국회에 등원하겠다는 뜻이다. 통합당이 추경 처리엔 손도 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3차 추경을 둘러싼 비판도 찬사도 민주당에 돌아가게 됐다.
통합당은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직 18개 중 17개를 독식하자 “법사위를 야당 몫으로 돌려놓으라” 요구하며 국회 일정을 중단했다. 통합당이 사흘 만에 ‘빈 손 복귀’를 결정한 것은 원내 투쟁 외에는 거대 여당의 독주에 저항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꿈쩍하지 않은 채 연일 단독 국회를 열고 있다. 강경한 민주당이 통합당에 복귀 명분을 만들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합당의 선택은 '전략적 백기투항'이기도 하다. 통합당 원내 지도부는 여당과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거대 여당의 횡포에 무력하게 당하는 ‘약자’의 길을 가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여론도 '약자' 통합당에 우호적이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유권자 1,507명에게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50.7%)이 ‘잘못했다’고 답했다. ‘잘했다’는 답변은 38.5%에 그쳤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선 ‘잘못했다’는 답변 비율이 57.7%로, ‘잘했다’(22.4%)를 두 배 이상 압도했다.
통합당은 이번 주말까지 당내 의원들의 상임위 배분을 마무리한 뒤 다음 주 초 상임위에 복귀해 본격적인 ‘원내 투쟁’을 시작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일 한국일보와 만나 “3선 의원 중 일부는 상임위 간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초ㆍ재선이 맡는 것이 관행인 상임위 간사에 ‘위원장급’ 3선 의원들을 파격적으로 배치해 화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유력 후보였던 김도읍 의원과 한기호 의원 등 중진들이 주요 상임위 간사로 거론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