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도 종신집권 길 연 푸틴...국민투표 압도적 지지

입력
2020.07.02 07:5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의 와중에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대통령 임기 제한 폐지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에서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 가능한 새 헌법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러시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는 1일(현지시간) 전국 9만6,000여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6% 개표 상황에서 78.1%의 투표자가 개헌에 찬성한 반면 21.1%가 반대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국민투표에서 예상대로 개헌안이 통과되면 네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인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72세가 되는 2024년에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재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수행할 수 있다.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이 포함된 개헌안에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이 함께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화된다면 푸틴 대통령은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집권 기간인 31년을 넘어서는 32년 집권이 가능해진다. 소련-러시아 현대사에서 최장기간 재임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투표율 기준은 없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개헌안은 통과된다. 개헌안은 이미 지난 3월 의회와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받아 국민투표 자체가 개헌에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푸틴 대통령은 개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투표에서 지지를 얻을 때만 개헌안이 발효할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해왔다. 크렘린궁은 "높은 투표율과 함께 70% 이상의 지지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헌 국민투표는 당초 4월 22일로 예정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로 연기됐다.  앞서 지난달 25~30일 6일간 사전투표가 실시됐고, 이 기간에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 니줴고로드주 등 2개 지역에선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도 진행됐다. 중앙선관위는 시간당 8~12명만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정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또 유권자들이 투표소 입장 전에  발열 검사를 받게 하고 1시간 간격으로 10분간 투표소 내부 소독도 실시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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