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28년 만에 자리를 옮겨 진행된 지 2주째를 맞았다. 새 집회 장소마저 이달 말부터 다른 보수단체가 선점해 또 자리를 빼앗길 처지가 됐지만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극우 세력에 굴하지 않고 운동을 다시 한 번 반석 위에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연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왼편으로 10m 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 인도에서 제1,446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소녀상 주변에 선순위로 집회를 신고하자 정의연은 지난달 24일부터 이곳에서 시위를 열고 있다. 흐린 날씨에도 시민 200여 명이 '수요시위, 우리가 꼭 지킨다' '역사부정세력 규탄한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사람도 잃고, 건강도 잃고, 영혼마저 털렸지만 시민들의 격려로 다시 마음이 채워지고 있다"면서 "지난달 26일 이용수 할머니를 만나 늦게나마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할머니와) 위안부역사교육관 건립, 한일 청년 교류 확대와 연대, 지역단체와 협의를 통한 수요시위 확장 등 세 가지 공통과제에 의견이 일치했고 함께 해결해나가기로 했다"며 "열린 귀로 들으며 함께 손 잡고 잘 헤쳐나가고자 하니 부디 이 길에 동반자가 돼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 역시 수요시위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보수단체의 시도를 비판했다. 이날 시위를 주관한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는 "반대 집회를 보며 경악과 참담함을 금치 못했고 더욱더 수요 시위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면서 "비가 온 후 땅이 굳어지듯 운동의 진정성은 더 깊어지고 연대는 더 굳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20여 명은 지난달 23일부터 연좌시위로 보수단체의 접근을 막으며 소녀상 인근을 지켰다. 이들은 이날도 경찰이 설정한 반경 2m의 질서유지선 안에서 소녀상과 자신의 몸을 끈으로 묶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해온 장소를 보수단체에 내줄 수 없다"면서 농성을 이어갔다.
한편 소녀상 오른편에서 정의연 규탄 집회를 연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적법한 방법으로 집회 신고를 마쳤는데 왜 우리 시위를 막느냐"며 반발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경력 400여 명을 투입했지만 집회 참가자 간 별 다른 갈등은 벌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