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지켜준다'는 인식을 공들여 심어 온 애플과 달리, 구글은 상대적으로 정보 보호에 취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폐쇄형 운영체제(OS)인 애플의 iOS에 비해 누구나 앱을 만들고 내려받기가 가능한 안드로이드가 해킹 위협에 취약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구글이 이용자의 위치정보부터 검색기록, 쇼핑내역 등 민감한 정보를 무차별 수집해왔다는 점도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더했다. 구글은 실제 미국을 비롯해 호주와 유럽 등에서는 개인정보 불법수집을 이유로 소송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랬던 구글이 본격적으로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선봉은 지난해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강화를 위해 구글 내에 새롭게 구성된 '프라이버시&이용자 신뢰도' 조직이 맡았다.
지난해 9월부터 이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라울 로이-차우더리 부사장은 1일 국내 언론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구글 모든 활동의 핵심이며, 구글이 이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 적은 없다"며 "올해는 사용자들에게 개인정보에 대한 더 많은 통제권을 주는 등 더욱 개인정보 보호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달 24일 '데이터 자동 삭제'란 새로운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구글과 유튜브 등에서 쌓아온 기록을 18개월 동안만 저장한 뒤 자동으로 삭제한다는 내용이다. 이용자가 원한다면 이 기간을 3개월로 줄일 수도 있고, 영구히 삭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이용자가 직접 설정을 바꿔야 했지만, 이젠 구글이 직접 오래된 개인정보들을 삭제해주는 것이다. 엄청난 개인정보 수집으로 '데이터 빅브라더'로 각인된 구글 입장에선 파격적인 행보다.
로이-차우더리 부사장은 "기본 설정 기간을 18개월로 한 이유는 계절과 관련한 이용자의 사용 패턴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과 관련한 소비자 분석을 하려면, 시상식 이전과 이후 수 개월 동안의 검색 패턴 등을 분석하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구글은 검색 기록과 유튜브 이용 내역, 위치정보 등 구글 생태계 내에서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광고와 콘텐츠 추천을 해주고, 기업에게는 소비자 행동 패턴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다. 개인정보를 자동 폐기하게 되면 막강한 구글의 분석 데이터에 힘이 다소 빠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로이-차우더리 부사장은 이에 대해 "구글은 앞으로 더 적은 양의 데이터로 더 많은 것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지메일과 구글 드라이브, 구글 포토에 업로드되는 정보를 구글이 무작위로 수집한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개인 콘텐츠는 안전하게 저장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해명했다. 메일 내용을 읽거나 사진을 분석해 광고에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일각에서는 가장 개인적인 정보가 저장되는 메일과 클라우드 정보를 구글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며, 구글이 자사 인공지능(AI) 발전을 위한 재료로 전세계에서 구글 포토에 업로드하는 사진을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의 이번 업데이트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기능이 신규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들의 경우 직접 계정 설정을 해야 하고, '시크릿모드'를 사용하지 않는 한 최소 3개월 동안은 구글에서 활동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내에서 생성된 정보가 기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로이-차우더리 부사장은 "구글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천편일률적인 해법은 없다고 보고, 이용자들이 각자 원하는 선택을 하도록 제안하고 있다"며 "기존 회원들의 경우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알림과 이메일을 통해 데이터 자동 삭제 기능을 안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