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유행했던 가상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형 게임기 다마고치가 7월 중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고 미 방송 CNN이 최근 보도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10월 화면이 컬러로 바뀌고 처음으로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된 바 있다.
다음달 중 미국에 출시되는 ‘다마고치 온 원더가든’의 가격은 59.99달러(약 7만2,000원). 화면이 컬러로 바뀐데다 다마고치끼리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자신의 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등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됐다.
CNN은 그럼에도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요소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려동물을 만족시키고 성인으로 성장시키려면, 배고픔, 행복, 엔터테인먼트 레벨을 ‘위험’ 기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 90년대 버전과 마찬가지로 게임 조작도 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게임을 하기 위해 와이파이는 필요 없으며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연결은 선택 사항일 뿐이라고 CNN은 전했다. 동물을 데리고 다니고 상호작용하기 위해 필요한 3개의 버튼도 오리지널 제품과 닮았다.
일본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낱개 포장으로 팔리지만 미국에서는 60달러짜리 상품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큰 상자에 담겨 포장되는 게 특징이다. 다마고치의 미국 내 인기는 상당했다. 2007년 5월 미국 뉴욕에서 단 3일 동안 3만 개가 팔리는 놀라운 판매 기록을 올릴 정도였다.
리즈 그램프 반다이 아메리카 부회장은 “팬들이 열화와 같이 성원 해주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미국에 다시 들여와 달라고 청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0월 다마고치 썸이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처음으로 한국어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인데다 가격도 4만~5만5,000원 정도로 비싸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20~30대 이용자가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내 정보 교류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통신 기능이 추가돼 다른 이용자들과도 교류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한 것도 인기의 한 요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닌텐도사가 내놓은 게임기 스위치가 몇 달 동안 계속 품절 사태를 빚으면서 대신 다마고치에 입문했다는 후기도 속속 올라와 있다. 한 누리꾼(W***)은 “동물의 숲(동숲) 기다리는 중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다마고치의 세계에 입문했다”며 “통신도 되고 결혼도 하고, 초등학생 때 했던 다마고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콘텐츠 보다 기기가 예뻐서 소장욕구가 생겼다”고 적었다. 이외 “동숲 기다리다 지쳤다. 다마고치라도 사고 싶다”(뉴****), “다마고치 하느라 동숲을 안 한다”(르***) 등 스위치 커뮤니티에도 관련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1996년 11월 일본 종합 완구회사 반다이가 10대 여고생들을 타깃으로 만든 달걀 모양의 휴대용 반려동물 키우기 게임기다. 다마고치는 일본어 '다마고(たまご·달걀)'와 영어 '워치(watch·시계)'의 합성어다. 반다이는 2017년 90년대 최고 히트 상품 다마고치 20주년을 맞아 여섯 가지 다른 애완동물, 다양한 조개껍질 모양의 포장 디자인으로 부활시켰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적으로 8,200만 대 이상이 팔렸다. 한국에서는 1997년 교육부가 수업 방해와 생명 경시 풍조를 지적하며 전국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학교 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