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플랜지공업, 부적격 수입 플랜지 공급 부작용 '확산'

입력
2020.06.29 17:27
10년 넘게 중국, 인도산 수입해 국내산 둔갑시켜
신고리 4ㆍ5ㆍ6호기 , 화학시설 등에 무더기 납품
위장 계열사 내세워 시험성적서까지 치밀 위조
법원, 회장 징역 7년 선고ㆍ임직원 6명 법정구속


배관 이음새인 플랜지 분야 세계 굴지의 기업인 한국프랜지공업이 10년 동안 품질이 조잡한 중국, 인도에서 1,200억원상당의 프랜지를 수입해 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외에 유통시킨 사실이 드러나 세계 현장 곳곳의 안전사고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대외무역법 위반 등 혐의로 한국프랜지공업 회장 A(74)씨에게 징역 7년, 전·현직 임직원 6명에게 징역 2년 6개월∼5년을 선고하고 모두 법정 구속했다.

정유시설이나 석유화학시설 등 배관이 많은 장치 산업에 필수적인 부품인 플랜지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관 이음 부품.

한국프랜지공업은 2008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0여 년 동안 중국과 인도에서 플랜지 140만개를 수입한 뒤,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여 1,225억원을 받고 국내 25개 업체에 납품했다. 2015년부터는 원산지를 조작한 플랜지 11억원 상당을 러시아 등 해외 여러 나라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플랜지 제품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있는 원산지 표시를 그라인더로 갈아 지운 뒤, 업체 로고와 'KOREA'를 새로 새기는 수법으로 원산지를 조작했다. 특히 중국산 플랜지를 수입하면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해 수입을 전담하는 위장 계열사에 일을 맡기고, 부품 시험성적서까지 허위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문에 부실 부품들이 원자력발전소나 화학시설 등 사고 발생 시 대형 피해 발생 우려가 높은  기간산업에 주로 사용돼 실제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돼 확인이 어려워 당장 조치할 방도가 없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실제 한국프랜지공업이 납품한 플랜지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나 플랜트업체를 거쳐 신고리 원전 4·5·6호기, LNG 저장탱크, 선박, 해양플랜트 등에 쓰였으며 대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베트남, 캐나다 등의 석유화학 플랜트, 태국 국영 석유가스공사 설비 등에도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업은 부품의 품질 적합 여부를 떠나 중국·인도산 자체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지정됐는데도, 한국프랜지공업은 범행 행각을 이어나간 것으로 조사돼 사건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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