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생활방역’… 조용한 전파 지속, 방역수위 조정 위기

입력
2020.06.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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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상 위한 4개 지표 중 이미 3개 기준 넘어
마스크 착용 지키지 않은 종교행사가 문제
왕성교회 관련해선 이미 3차감염 나타나


마스크 쓰기 등 기본적인 수칙을 무시한 종교행사에서 비롯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가 유지하는 ‘거리두기 1단계(기존 생활방역)’가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기준 방역당국이 제시한 방역체계 상향(1단계에서 2단계로)을 위한 필요조건 4개 가운데 3개가 이미 기준치를 넘어선 상태여서 최근의 ‘조용한 전파’가 멈추지 않는다면  거리두기 1단계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생활방역’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최근 대체로 30~40명대에 머물고 있지만 동시에 감염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깜깜이 환자'가 늘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정부는 방역체계 단계 상향을 판단하는 참고지표로 △일일 신규 환자 수 △감염경로 불명 사례 비율 △신규 환자 가운데 자가격리 중 확진된 환자 비율(방역망 내 관리 비율) △방역당국이 관리하는 집단감염발생 수를 규정했다. 이중 일일 신규 환자 수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 3개의 수위는 이미 ‘1단계’를 넘어 ‘2단계’에 도달했다. 특히 최근 2주간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환자 비율은 이날 현재 1단계 기준(5% 미만)의 2배가 넘는 11.8%에 달한다. '깜깜이 환자' 비율이 12%에 육박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관리하는 집단감염 사건 수도 2주 전 11건에서 현재 14건으로 증가한 추세다. 

실제로 환자는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전날보다 늘어난 확진자는 42명으로 11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두루 발생했다. 해외 유입 사례(12명)를 제외하고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30명만 따져도 8개 광역지자체에서 발생이 확인됐다. 더 이상 수도권 유행으로 성격을 제한하기 힘들어졌다. 박능후 중안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안본 회의에서 “4월 1일 이후 감염사례가 없었던 전남에서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추가적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종 코로나는 종교활동을 통해 주로 퍼지고 있다. 다수가 밀폐된 공간에 모여서 활동하는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정오까지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집단감염 관련 환자가 1명 늘어 누적 환자는 28명으로 증가했다. 이 교회와 관련해선 3차 감염까지 확인됐다. 경기 안양시 주영광교회와 관련해서도 4명이 확진 돼 총 2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들 시설에서는 마스크 착용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예배에 참석한 환자도 있었다.

방역당국이 관리하기 힘든 소모임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도 유행을 불리고 있다. 교인이 9,000명에 이르는 경기 수원시 중앙침례교회(누적 확진 7명) 집단감염의 경우, 교회 내부에선 방역지침이 지켜졌지만 교인끼리의 사적 만남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과 관련된 환자도 발생했다. 역학조사 결과, 광주와 전남에서 발생한 환자 12명은 광주 동구 광륵사와 관련이 있었다. 광륵사에서 지난 20일 열렸던 예술제(39명), 소속 스님이 출강을 한 불교대학(27명), 기타 면담(10명)에서 접촉자가 76명이 확인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어떤 종교시설에서건 위험행동이 계속된다면 집단감염 위험은 존재한다"면서 "비대면 종교활동을 권고하지만 현장에서 종교활동을 한다면 참여자의 규모를 줄이고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상황, 식사나 찬송을 금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모임을 통한 감염 사례가 이어지면서 당국은 거리두기 1단계라도 모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교회 집단감염을 잡을 소모임에 초점을 맞춘 ‘강화된 방역지침’도 준비 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1단계라도 특정시설에 대해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이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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