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은행 또 문 닫았네"… 코로나가 앞당긴 '언택트 금융'

입력
2020.06.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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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만 90곳 넘는 영업점을 없애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오프라인 채널 축소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은행들의 일선 영업점 폐쇄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수년간 이어져 온 풍경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폭 빨라진 '언택트(비대면)' 바람과 초저금리발 수익성 악화가 그 속도를 훨씬 불붙이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 이달 말까지 약 106개의 영업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일부 새로 생긴 영업점을 감안하면 92개가 순감하는 셈이다.

그간에도 모바일, 인터넷 등 디지털방식 거래가 확산하면서 은행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없애거나 꾸준히 통폐합해 왔다.  2015년 말 3,924개에 달하던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3,525개로 10% 가량 줄었다.

하지만 질좋은 일자리 감소와 고객 불편 등을 감안한 정부의 '브레이크'가 최근 몇년간엔 영업점 감소 속도를 상당히 줄였다. 실제 2015년 이후 3년 연속 세 자릿수를 유지하던 4대 시중은행의 폐쇄 점포 수는 2018년과 지난해에는 54곳, 75곳에 그쳤다.

이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과도한 점포 폐쇄를 지적하면서 속도 조절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2017년 금융위원회는 점포를 10% 넘게 줄이는 은행에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2018년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모범규준을 도입해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무분별한 지점폐쇄를 막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에 따라 지점 문을 닫으려면 영향평가를 통해 고객 수와 연령대 분포, 대체수단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하는 다소 복잡한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장애물들도  올해 코로나19 쇼크를 덮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경영 효율화와 비대면 가속화 흐름에 따라 지점 통폐합은 예년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은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이미 점포를 72개나 줄였다. 석 달 사이 문을 닫은 점포 수가 지난 한 해 문을 닫은 수와 비슷한 셈이다. 

하반기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다음달 영업점 15곳의 문을 닫는 국민은행을 포함해 4대 은행에서만 24개 지점 통폐합이 추가로 예고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내방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데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마진 하락이 불가피한만큼 선제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향후 오프라인 영업점을 더 줄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에도 최소 40여곳이 문을 닫아 올해 안에 140곳의 ‘점포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대신 지역, 고객별 특성을 반영한 탄력점포 수는 늘리거나 창구직원 업무의 80% 가량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기능 ATM을 도입하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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