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대학이 2학기 때도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대학 내부에서는 다음 학기에도 대면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1학기의 등록금 반환 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물론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 여러 대학에서 2학기에 원격수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한양대는 최근 수강 인원 20명을 초과하는 대형 강의는 2학기에도 원격수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0명 이하 강의와 실습ㆍ실험은 대면수업을 유지한다. 숭실대 등 다른 대학들도 원격수업 병행 기준과 비율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2학기 시작 전인 8월 내로 신종 코로나가 '종식'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은 통상 7월 중에 개설 강의 등을 포함한 2학기 학사 일정을 확정 짓는다.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가 잠잠해지지 않고 있어 지금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11명이었던 신종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일일 신규)은 이후 30~40명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교육부도 이에 따라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대학의 원격수업 비율 상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의 '일반대학 원격수업 운영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각 학과에 개설된 총 교과목 학점 수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원격수업이 가능한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이번 1학기에 한해 이 제한을 풀어 놓은 상태다.
반면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면 대학은 또 다시 학생들의 거센 등록금 반환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32개 대학 총학생회 연합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이날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전국 대학생 1만1,03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3.3%(중복응답)가 '원격수업(온라인 강의) 질이 떨어져서'를 등록금 반환 요구 이유로 꼽았다. 전대넷이 주도하는 등록금 반환 소송에는 현재까지 전국 3,773명의 대학생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이 2학기도 원격수업을 진행한다면 최소한 수업이 부실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등록금 정산제를 논의해 볼 필요성도 있다"고 제언했다. 등록금 정산제란 학기를 시작할 때 기본 등록금을 먼저 내고 학기가 끝날 때 학생의 수강 강의나 특별프로그램 이수 여부에 따라 사후 정산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가 1년 가까이 장기화할 경우, 근본적으로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교수들끼리 계속 원격수업을 할거면 대학이 이렇게 많이 필요있느냐, 한국이 아니라 세계에 몇 개만 있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신종 코로나가 변화를 확 앞당기면서 대학들도 고민을 정말 많이 하고 있지만 답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