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쓰겠지"하고 하나둘씩 모았던 물건들. 지나고 보면 먼지만 쌓인 채 집을 어수선하게 만드는 주범이 돼 있다. 이게 또 눈에 안 띄면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영 마뜩찮다.
tvN의 새 예능 '신박한 정리'는 그런 시대적 요구 아래 탄생했다. 29일 오후 10시 30분 처음 전파를 탄다. '집정리' 딱 하나만 소재로 삼은 예능은 처음이다.
프로그램은 '미니멀리스트'이자 정리의 달인인 배우 신애라, 물건에 애착이 강한 '맥시멀리스트' 개그우먼 박나래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보금자리를 정리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의뢰인이자 진행자로 배우 윤균상도 출연한다. 연출은 예능 프로 '아빠! 어디가?' 등을 만든 김유곤 PD다.
프로그램 시작은 신애라의 제안이었다. 김 PD는 이날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원래는 다른 기획 때문에 만났는데 '지금 시대엔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에 설득됐다"며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나에게 맞는 정리 방식을 고민해보고, 물건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리 방식에 어떤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신애라는 다만 "그럼에도 처음엔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하지도 않은데 그저 갖고 있는 물건이 많아 정작 꼭 필요한 물건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중한 건 남겨 놓되, 나머지는 그걸 필요로 하는 누군가와 나눠라"는 게 신애라의 철학이다.
실제 방송에 공개된 신애라의 집은 5인 가구가 산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세간살이가 간단하다. "야반도주 직전"처럼 휑한 냉장고 내부 등 간결한 실내가 눈길을 끌었다. 신애라는 "한번에 정리를 다하려면 '토 나온다'"며 "하루에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맥시멀리스트 박나래는 그래서 방송을 통해 비우는 연습에 돌입했다. "모든 물건엔 영혼과 감정이 있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 쓰겠지'하며 지금껏 이고 지고 살았다"는 게 박나래의 변. 박나래는 혼자 살지만 냉장고만 3~4개를 쓴다. 휑한 신애라의 냉장고와는 대조된다. "20대 초반에 샀던 옷을 이제야 버렸다"는게 박나래의 고백이다.
김 PD는 "물건을 버리는 걸 넘어 공간을 재배치 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처음엔 연예인 집 위주겠지만, 나중엔 일반인의 신청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