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로 마운드에 오르는 자체가 무섭고 두려웠던 KIA 투수 홍상삼(30)이 조금씩 좋은 기억들을 쌓고 있다.
홍상삼은 28일 고척 키움전에 앞서 “경기에 나가는 자체가 너무 좋다”며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KIA에 오면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서재응 투수코치님이나 맷 윌리엄스 감독님이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는 분이라 나한테 잘 맞았다”고 덧붙였다.
공황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말 두산에서 방출된 홍상삼은 올해 2군에서 시즌을 맞았지만 지난 2일 1군에 올라온 이후 불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27일 현재 9경기에 나가 홀드 3개를 수확했고,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 중이다.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남아 있지만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8.1이닝 동안 네 차례 폭투, 8볼넷을 허용하고도 탈삼진 17개를 잡아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의 피안타율은 0.133에 불과하며, 득점권 피안타율은 ‘0(3볼넷 3폭투 9탈삼진)’이다. 4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투수”라며 “선발 투수와 필승조의 연결고리가 된다”고 칭찬했다.
그 동안 홍상삼은 트라우마로 고생했다. 2008년 1군 데뷔 첫해 9승, 2012년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두산에서 중용 받는 투수였지만 2013년 ‘가을 야구’에서 잇단 폭투로 마음고생을 했다. 승부처 순간 실점으로 이어지는 폭투가 쏟아지자 상대 팀 팬들은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환호했고, 두산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온라인에서는 ‘악플(악성 댓글)’까지 쏟아지면서 마운드에 오르는 자체가 두려워졌다.
홍상삼은 “야구는 멘탈 게임인데, 그 전엔 바닥이라서 주위에서 ‘자신 있게 하라’고 해도 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그 때는 마운드가 두렵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새 둥지 KIA에서 새 출발은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그는 “두산에 있을 때는 트라우마가 떠올랐지만 새로 팀을 옮기면서 마음도 다시 정리된 것 같다”며 “아직도 마운드에 올라가는 게 긴장되고 어렵지만 좋은 기억들이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상삼에게 서재응 코치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서 코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홍상삼이 달라진 원인은 분위기, 환경인 인 것 같다”며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볼을 던지든, 홈런을 맞든, 그물망 뒤로 던지든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상삼은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코치님이 계속 ‘괜찮다’면서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 나한텐 정말 중요하다. 예전엔 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게 지금은 잘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어떻게 보면 지금이 나에겐 큰 혜택”이라며 “자신감이 더 붙으면 팬들이 야구장에 와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