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정규직 전환이 결과의 공정? 취준생은 더 힘들다”

입력
2020.06.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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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 여야 인터뷰] 
"진짜 공정은 과정의 공정, 이번 사태는 과정의 불공정"
"문재인 대통령이 을과 을의 싸움 부추겨"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요원 직접 고용 논란으로 보수 진영에서 '공정 전도사'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한 로또 취업’이라고 비판하며 관련 입법을 예고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하 의원은 28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은 '과정의 공정'”이라며 이번 사태를 문재인 정부가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로 규정했다. "비정규직도 다른 구직자와 동일한 공채 과정을 거치는 게 공정"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하 의원이 발의할 '로또취업방지법'도 이런 취지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공개 경쟁 채용을 의무화해 비정규직 역시 다른 구직자와 동등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통합당이 정의하는 공정이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정은 ‘과정의 공정’이다. 기업의 채용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나."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어떻게 보나.

"이번 사태야말로 '과정의 불공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청년들이 제일 가고 싶어하는 회사 중 하나다. 평생 직장인 데다 준공무원 처우를 받는다. 그런 좋은 기회를 협력사 직원들에만 주는 게 과연 맞느냐는 게 청년들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새로운 정규직 자리가 생기면 정식으로 공채를 하는 게 맞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특정인들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특혜다."

 -2030세대가 격하게 분노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청년들은 숱한 불공정한 채용 사례를 참아 왔다.  이번 사태는 청년들이 관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큰가,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차이가 더 큰가. 문재인 정부 방식의 정규직화는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실업자에게 더 불공정하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팩트에 선동돼 분노하고 있다고 더불어민주당이 판단한다면, 그건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로 사회 분열상이 드러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긴 결과다. 과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민 통합은 불가능하다. 경쟁에는 늘 승자와 패자가 있다. 패자가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을 때다.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

-그래서 해법은 무엇인가.
"새로운 정규직 자리나 직종이 있으면 채용 기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해당 직종에 종사하던 비정규직에는 경력 만큼의 가산점을 주면 된다.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로또취업방지법’을 조만간 발의한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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