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더운 날씨에 어르신이 이 먼 곳까지 어떻게 오시나.”
지난 20일 ‘사찰 칩거’ 중 경북 울진 불영사에 머물고 있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충북 보은군 법주사로 거처를 옮겼다. 닷새 전 여권의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원내대표직을 던지고 전국 사찰을 돌았던 그는 40일 전 별세한 부친을 모신 불영사에서 좀 더 머무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 원내대표를 만나기 위해 불영사로 내려가려 한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여든을 넘긴 김 위원장을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경북 울진까지 찾아오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김 위원장을 배려하는 주 원내대표의 모습은 다음달 1일로 한 달째 접어드는 ‘김종인ㆍ주호영’ 투톱 체제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 원내대표의 배려로 이뤄진 법주사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에게 복귀를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여당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주 원내대표가 머물렀던 강원 고성 화암사를 찾으면서 다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이 당권을 잡은 이후 출범한 ‘김종인ㆍ주호영’ 투톱 체제가 지난 한 달 간 큰 잡음 없이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고 있다는 게 당내 평가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되자마자 4ㆍ15 총선 참패 이후 혼란을 거듭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 문제를 말끔히 정리했다. 김 위원장도 ‘기본소득’ 등 진보 진영의 의제를 선점하며 이슈를 주도했다. 각각 내년 4월과 5월까지 임기인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1년간 호흡이 당 재건에 있어 중요한 지점인데 일단 연착륙에는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는 원 구성 등 원내 현안에 집중하고 김 위원장은 당의 재건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면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는 편”이라며 “1년 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에서 충돌이 잦았던 것과는 대조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여 투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향후 당 운영 과정에서 투톱의 의견 차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는 중진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는 반면, 당 쇄신에 방점을 찍은 김 위원장은 초선 의원들과 소통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당 운영과 관련한 초선과 중진들 간의 입장 차가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의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