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램프 끼고 밤에 벼 심는 베트남 농민들 "한낮 40도 넘어"

입력
2020.06.28 13:30


칠흑 같은 어둠 속 베트남 하노이 외곽 탐탄 마을 들판이 동그란 불빛들로 어지럽다. 농민들이 야간 산행에나 쓸 법한 헤드램프를 끼고 논에 벼를 심고 있었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낮에는 살인적인 더위 탓에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온도가 매년 1도에서 2도씩 올라가고 있다"라며 "밤에 일하는 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만 불볕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오래 일할 수 있고, 낮에 심었을 때보다 땡볕에 타 들어가 죽는 벼도 훨씬 적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심야 벼 심기를 위해 오전 2시에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농민들이 벼 심기에 나선 24일 베트남 북부와 중부 지역 최고 기온은 35~40도였다.

지난해 베트남 중부 하틴 지방의 최고 기온은 43.4도를 기록했다.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은 2016년에도 45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시달렸다. 베트남 기상청은 "올해 기온이 작년 최고치보다는 아직 낮은 상태지만 많은 지역에서 새로운 열파(heat wave)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파는 평균 기온보다 5도 이상 고온인 날씨가 5일 이상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농민들은 벼를 수확할 일도 걱정이다. "그나마 수확에 사용할 농기계를 가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예전처럼 손으로 벼를 수확해야 했다면 (다 자란 벼를) 그냥 그대로 두고 아무 것도 안하고 싶을 겁니다." 50세 농부의 얘기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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