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 거센 후폭풍…반대 청원은 24만명 넘어

입력
2020.06.27 11:51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객보안검색 직원 1,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이른바 '인국공 사태' 후폭풍이 심상찮다.  청와대 국민청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에 동의한 이는 24만명이 넘었고, 취업준비 카페에도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27일 55만명 이상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공준모)의 '인국공 문제 토론방' 게시판에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취준생은 공사의 직고용 방침으로 당장 자신들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현재 정규직이 1,500명인 공사에 갑자기 1,900명의 정규직이 새로 들어오면 신규 채용에도 영향이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지침에 따라 인건비 총액을 정해두고 그 안에서 직원 월급 등을 매기는 총액인건비 제도를 따른다. 정부가 직원이 배 이상 는 만큼 예산을 높여주면 모를까 예산 증액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결국 신규채용 규모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취준생들의 우려에 대해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는 게 취준생들의 불만이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기시험에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적었다가 오히려 청년들의 반발을 샀다.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뉘앙스로 읽혔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은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다른 비정규직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신분을 옮겼는데 보안경비 요원만 공사에서 직고용하고, 더구나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경쟁 없이 사실상 100% 직공용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여객보안검색 직원 1902명 중 1,000여명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런 목소리가 모든 청년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정책인데 이번에 갑자기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청년들의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은 "공항의 필수 업무인 보안검색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로또'라 지칭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김정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