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 70주년 행사의 명장면은 단연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 봉환이었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을 직접 서울공항에서 맞는 등 최고의 예우로 호국영웅에 대한 국민적 감사와 존경을 고취시켰다. 특히 147구 중 77구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로 송환됐다. 유해는 말이 없었지만 북미 합의 정신을 소환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25년간의 지난한 노력과 북미 간의 대화 및 유해 발굴 사업, 한미 공동의 감식을 통해 국군 전사자들이 70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147구는 1990~94년 북한이 단독으로 발굴해 미국으로 인도한 208개의 유해상자에서 국군으로 판명된 70구, 2018년 북한이 미국으로 보낸 77구의 유해다. 앞서 2012년(12구), 2016년(15구), 2018년(65구) 세 차례 유해 송환도 있었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서명한 합의가 공전한 지 2년. 여기에 더해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앞세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던 상황에서 진행된 유해봉환식은 2년 전 북미 합의문에 담긴 정신을 상기시켰다. 1995년과 2018년 당시 북한이 미국으로 인도한 유해상자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손짓이자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합의문엔 ‘이미 발굴 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는 내용이 4조에 있다.
나아가 남북 간 4ㆍ27 판문점선언과 9ㆍ19 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한 북한에게 문 대통령이 보낸 무언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관련 합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내적으로는 호국영웅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깨우는 것에 더해, 현 정부 대북 전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설득하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국군전사자의 귀환이라는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반도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행사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눈에 보이는 위협뿐 아니라 우리 내부의 보이지 않는 반목과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군전사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가족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1만500여구 국군 유해를 발굴했지만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49분뿐”이라며 “유가족들이 유해감식발굴단에 적극적으로 연락해 유전자(DNA) 시료 채취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