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열렸다. 실제 참석하는 위원 총수가 홀수인 것으로 나타나 어느 쪽으로든 다수결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현안위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14명의 위원이 참석해 19개월간 진행된 검찰 수사의 적절성과 기소 타당성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장은 기존 양창수(68ㆍ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의 회피 입장을 받아들여 수도권 사립대의 교수가 직무대행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 전 대법관은 핵심 피의자인 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인연을 이유로 위원장을 회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견진술과 질의응답을 위해 검찰 측에는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ㆍ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 이 부회장 대면조사를 담당한 최재훈(45ㆍ34기) 부부장검사, 수사팀에 파견돼 있는 의정부지검 김영철(47ㆍ33기) 부장검사 등이 나왔다. 이에 맞서 이 부회장 측에서도 김기동(56ㆍ21기)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54ㆍ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내로라 하는 전직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 부회장 등 사건 당사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안위는 양 전 대법관 회피 안건을 의결하고 직무대행을 정한 뒤, 검찰과 삼성 양측 의견진술, 질의응답 및 위원 간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13명의 위원들이 각각 기소, 불기소 의견을 내면 수사심의위는 그 결과에 따라 권고를 하게 된다.
현안위 핵심 쟁점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기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이를 두고 검찰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가 이뤄졌으며 매 단계마다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는 등 관여했다"고, 변호인 측은 "합병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이 부회장 개입도 없었다"고 맞서 있다. 양측은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각각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30분간 프레젠테이션(PT) 형식으로 의견진술을 했다.
수사심의위 결정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대규모 수사를 했던 검찰 입장에서도,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청구되며 사실상 기소가 결정된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를 노린 삼성 입장에서도 결과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쟁점별로 의견서 발표와 질의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 측 의견에 대한 재반박도 불가능한 만큼, 양측은 한번에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해 영장실질심사 준비만큼이나 치열하게 머리를 싸맸다. 특히 20만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50쪽 의견서로 요약하거나 반박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은 최대한 간명하게 기소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위 정원인 15명 중 1명의 위원이 불참한 것도 이날 현안위 변수다. 15명이 모두 참석했다면 위원장 직무대행을 제외한 위원들 의견이 7대 7로 갈라질 수 있었지만, 13명이 의견을 낼 경우 기소, 불기소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이날 일정은 5시 50분까지였지만 의견진술 등 절차가 길어지며 결과는 오후 늦은 시간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