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 속 직원 채팅방서 ‘성희롱ㆍ막말’ 논란까지...엎친 데 덮친 인천공항

입력
2020.06.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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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조 “일방적 직고용 철회” 비정규직 노조끼리도 입장차 충돌 “벤츠 뽑아야” 등 채팅방 발언 논란 속  조합은 “외부인 추정 수사 의뢰할 것”

항공사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익명 단체대화방(오픈채팅방) 성희롱 발언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요원 직접 고용에서 비롯된 논란이 곳곳으로 옮겨 붙고 있다. 노조간 갈등은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적격심사만  거치지만, 이후 입사자는 필기전형을  거쳐야 해 탈락 가능성이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를 다녀간 시점을 기준으로 운명이 갈리는 황당한 상황이 원인이다. 

인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은 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발언이 오간 오픈채팅방 2곳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은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을 한 2017년 5월 이후 만들어져 최근 문제발언 등이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공항 검색대 대나무숲'과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방' 등 2곳이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공항 상주직원들이 주로 들어오는 오픈채팅방 3, 4곳에서 오고 간 대화 내용이 화면 캡처 형태로 떠돌았다. 이중에는 '정규직 되면 승무원 먹기 가능?', '고졸 출신 임원 되면 스튜어디스 기쁨조로 가능?' '이제 승무원들 헌팅할 수 있다니 벌써 너무 흥분돼요' '(공사 직원됐으니) 차도 벤츠로 뽑아야겠어요' 등 논란이 될만한 발언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대해 보안검색노조 노승식 사무처장은 "자체 조사 결과 보안검색 요원 중에는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한 사람이 없어서 누가 했는지 찾기 위해 자료를 수집해 수사의뢰하기로 했다"며 "벤츠를 뽑아야겠다 라는 발언이 오갈 때 그 채팅방에 있었는데, 운영자 등이 수차례 만류하고 강제탈퇴를 시키고 해도 문제가 되는 발언을 계속한 것을 보면 외부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안검색 요원 직고용과 관련해 노조와 노조간 갈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인 인천공항공사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년 반에 걸쳐 어렵게 이뤄낸 정규직 전환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면서 철회를 촉구했다.

비정규직 노조 간에도 직고용과 공사 자회사를 통한 간접 고용을 놓고 입장 차를 보이며 충돌이 빚어졌다.

현재 보안검색 관련 노조는 기존 단일노조였던 보안검색노조를 비롯해 보안검색운영노조, 보안검색서비스노조, 항공보안노조 등 4곳에 이른다. 문제는 보안검색노조가 직고용을 지지하는 반면 최근 3년내 입사한 보안검색 요원이 비중이 높은 다른 노조 경우에는 자회사 직원 전환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이전 입사자는 직고용시 적격심사를 거치지만 이후 입사자는 필기전형이라는 경쟁채용 절차를 거쳐야 해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 보안검색 요원은 "하나로 뭉쳐도 어려운 시기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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