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봉쇄의 시대’로 돌아갈 것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ㆍ사망자 수가 압도적 세계 1위인 미국이 ‘코로나 딜레마’에 빠졌다. 한 때 확산세가 진정 조짐을 보이면서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도 일부 재개했지만 어느덧 바이러스 확산 기세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이미 전체 50개 주(州) 가운데 절반이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주 일 평균을 웃돌고 있다. 섣부른 봉쇄 완화가 가장 큰 이유지만, 이제 와서 다시 규제의 고삐를 조이자니 실업대란 등 심각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엄두를 내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 CNN방송은 23일(현지시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주 평균보다 높은 주가 25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5,019명) 텍사스(5,489명) 플로리다(3,286명) 조지아(1,750명) 등에서 발병이 많았고, 애리조나(3,593명) 네바다(462명) 미주리(434명) 등 3개 주는 하루 감염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미 전역 확진자도 3만3,730명을 찍어 4월 25일(3만4,203명)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19일 하원 청문회에서 “코로나19가 이 나라를 굴복시켰다”고 표현할 만큼 미국 내 바이러스 재확산 기세는 거침이 없다.
감염이 급증하면서 태부족인 열악한 치료시설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7개 주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공중보건협회는 “환자가 퇴원하는 속도보다 입원, 특히 중환자실(ICU)에 입원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지적했다. 주 내 중환자실 병상의 약 84%가 이미 꽉 찼다. 이대로 가다간 다른 질환자 진료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어 우려가 더 크다.
사태 악화의 원인은 당연히 면밀한 대비책 없이 통제ㆍ봉쇄를 너무 빨리 풀어서다. 보건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증한 지역들이 대개 몇 주전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시작한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배서 전 미 CDC 국장 대행은 “어떤 주정부도 자택 대피령(봉쇄령)을 검사와 추적, 격리 등을 기반으로 한 방역 모델로 효과적으로 전환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최소 2주간 확진자 감소 등에 근거해 규제를 완화하라는 연방정부 권고안을 충족한 주는 없다(WP)”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지핀 ‘검사 과다’ 논란은 어불성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진단ㆍ검사를 너무 많이 해 미국 내 확진자도 증가했다며 검사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센터의 마이클 오스터홈 소장은 “많은 주에서 검사량을 늘렸지만 양성 판정 비율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시민의 자유를 빼앗는 등 강력한 봉쇄조치를 다시 시행할 수 있느냐이다. 통제 복원 카드를 저울질하는 주정부가 늘고 있긴 하다. 21일 오하이오 주지사가 2차 봉쇄령도 가능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텍사스 주지사도 방송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하지 말고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사실상 자택대피 권고를 했다. 텍사스는 가장 먼저 봉쇄령을 해제한 곳 중 하나였다.
다른 주들도 단계별 규제 완화 추진을 일시 정지했다. 내달 1일부터 실내 술집 영업을 재개하려던 메인주는 계획을 철회했고, 루이지애나주 역시 2단계 조치 기한을 오는 25일에서 4주(28일) 연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집에서 해방돼 자유를 만끽 중인 시민들이 당국의 권고를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