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내 건물에 부착했던 20대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홍성욱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건물 내에 붙인 혐의(건조물 침입)로 기소된 김모(25) 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 자연과학대학 건물 내부 등 4곳에 문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되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김씨가 붙인 대자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인쇄한 대형 화보를 배경으로 그 위에 문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나열했다.
대자보에는 ‘나의(시진핑) 충견 문재앙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연동형 비례제를 통과시키고 총선에서 승리한 후 미군을 철수시켜 완벽한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중국 유학생들은 남조선 학생들의 대자보를 보이는 대로 제거하고, 계속 신상을 털어주기 바란다. 남조선 정부와 경찰은 절대 중국에 맞서 한국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선동적인 문구를 담았다.
김씨는 다른 대학을 졸업했으며 보수성향 단체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씨가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확인한 단국대는 즉각 철거하고 ‘학교의 피해가 없고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신고가 아닌 업무협조 차원으로 경찰에 알렸다.
단국대 측은 수사가 진행되자 재차 “김씨가 우리 의사에 반해 불법으로 침입한 사실이 없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대학에서 업무협조 차원으로 대자보를 붙인 사실을 알려왔다 하더라도 불법사실에 대한 신고로 해석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씨를 형법 319조의 ‘주거침입’을 적용,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주거침입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되지 않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유죄판결은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 대자보를 붙였다”며 “과거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인 건 민주화운동이고, 이제 권력자가 된 그들을 비판하면 범죄자가 되는 잣대는 뭔가”라며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국대 측은 법원 판결 이후 원치 않는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법정에서도 “이 사건이 과연 재판까지 와야 할 문제인지 의문이 들고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를 본 것도 없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이 사건으로 더 이상 학교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소모적인 구설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은 김씨는 “건조물 침입죄는 핑계일 뿐 대통령을 비판한 ‘죄’를 끝까지 묻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