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통제불능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수도 워싱턴과 뉴욕시 등이 경제활동 정상화 단계를 높이면서 집단감염 사례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어서다. 누적 확진자 230만명에 사망자는 12만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보건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대규모 유세를 강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도 확진 사례가 잇따라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그간 요양원ㆍ교도소ㆍ육가공 공장 등에 국한됐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카지노ㆍ스트립 클럽 등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장소로 퍼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팬데믹(대유행)의 새롭고 불확실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루이지애나주(州)에선 나이트클럽 한 곳과 연관된 확진자만 100명이 넘었고, 콜로라도주의 한 기독교 캠프 행사 준비 과정에선 11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이달 초 카지노와 호텔 영업을 재개한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직원들의 확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29개 주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난 가운데 특히 조지아ㆍ플로리다ㆍ텍사스 등 가장 먼저 경제활동을 재개한 9개 지역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오클라호마주 털사 유세와 관련한 확진자는 이날 2명이 추가돼 8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봉쇄령 재발동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코로나19가 용인할 수 없는 속도로 퍼지고 있지만 재봉쇄는 최후의 선택지”라고 못박았다.
수개월간 이어진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의료시스템 붕괴는 물론 사법시스템 마비 경고마저 나온다. 대면 접촉에 대한 우려로 2월 이후 뉴욕시 형사법원에 계류된 사건만 3만9,200여건에 달한다고 NYT는 전했다.
보건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미국 내 코로나19가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확산 속도가 조만간 늦춰질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일각에선 ‘2차 파동’을 경고하지만, 아직 1차 유행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로버트우드존슨재단의 최고 책임자인 리처드 베서 박사는 “미 전역에서 코로나19가 각각 다른 강도로 다른 시기에 강타하고 있다”면서 “1차 유행이 지나갔다고 하면 최악의 상황이 끝났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