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피난민 수백 명이 희생된 충북 단양 '곡계굴 사건'이 TV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전파를 탄다. 24일 오후 7시 40분 KBS1 채널(충북지역)로 방영되는 특집 다큐멘터리 '그날 곡계굴'.
다큐는 곡계굴 사건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그날의 참사를 시간대별로 재구성하고,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 온 유족들의 '마음의 전쟁'을 담았다.
단양군 영춘면 상리는 고즈넉한 산골 마을이다. 병풍처럼 북벽이 둘러쳐있고 그 앞을 단양강이 유유히 흐른다.
이런 평온한 마을에 참상의 암운이 드리운 것은 1951년 1월 7일 미군이 인근 지역 도로를 탱크로 봉쇄하면서. 미군이 길을 막자 피난을 가려던 사람들은 자구책으로 산속의 곡계굴로 피신했다. 이후 1월 20일 미 폭격기의 무차별 공중 폭격으로 무고한 민간인 360여명이 희생됐다. 미 공군은 북한군의 은신처를 폭격한다는 명분으로 네이팜탄을 쏟아부어 굴 안에 있던 피란민 대부분이 숨졌으며, 동굴 밖으로 나온 사람들도 미군의 기총 사격으로 죽거나 다쳤다.
가까스로 살아 남은 주민들은 '빨갱이'로 몰려 하소연조차 못한 채 죄인처럼 살아왔다.
영상 속 한 주민은 "한 마을에서 수십 집이 같은 날 동시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슬픔과 공포의 역사다"라고 절규한다.
이 다큐는 KBS청주방송총국이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제작했다. 단양 곡계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것은 처음이다.
한편 곡계굴 사건은 지난달 국회의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정으로 희생자 명예회복과 유족 보상 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곡계굴희생자대책위원회(위원장 조병규)는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탐사나 유해발굴, 추모 사업에 속도를 내길 바란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