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ㆍ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양보를 우려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사실상 '훼방꾼'이었던 셈이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발간되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2년 전 싱가포르 북미 회담 닷새 전인 6월 7일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믿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퀘백 방문길에 워싱턴을 들른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제에 목숨을 걸었다"면서 "그들은 매우 거칠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이에 대한 볼턴 전 보좌관의 평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당시 북한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지 않도록 의지를 굳히는 데 있어 "아베 총리의 방미는 시간상으로 완벽했다"고 썼다. 그는 같은 해 4월 아베 총리가 '북한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압도적 군사적 위협을 가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나의 지론과 같다"고 호평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일 정상 간 만남 전인 6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오찬을 함께 했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선언 구상에 부정적이었음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한국전쟁을 끝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매료돼 있었다"며 "나는 특정 지점에서 북한에 양보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지만 그처럼 공짜로 줘선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이런(종전선언) 양보를 할 지 모른다고 일본이 특히 불안해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날 오후 워싱턴을 방문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몹시 듣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종전선언을 하고자 했으나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막고자 했다. 이후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언급되지 않은 데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결국 6ㆍ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평화체제 구축 약속에 대한 후속조치 가능성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