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역발상'... 글로벌 의료산업 허브 노리는 태국

입력
2020.06.22 17:30
'태국 4.0' 가동, 아세안 향하는 의료수요 흡수 야심



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역이용해 '글로벌 의료산업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추진력의 원천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소속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한 의료인프라를 갖췄다는 자신감이다. 여기에 아세안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까지 더한다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폭증할 글로벌 의료산업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2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의 신성장동력으로 종합 의료산업을 선정, 태국을 세계적인 의료 허브국가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태국 4.0' 정책을 최근 수립했다. 이를 위해 태국 정부는 △일반 건강 △의료서비스 △의료 학술 활동 △의료제품 생산 등 네 가지 분야를 집중 지원키로 했다. 실제로 태국 투자위원회는 "태국 4.0 정책에 부합하는 국내외 투자에 대해 관세 등에 광범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관련 외국인은 스마트 비자 프로그램을 강화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태국의 도전은 이미 폭넓게 구축된 의료인프라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태국은 건강 및 의료서비스 산업과 관련, 현재 아세안 내 압도적 1위에 해당하는 370개의 현대화된 민간병원을 보유하고 있다. 의료 학술 영역에서도 아세안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승인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등 역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다.  의료제품 수출도 2011년 5억5,400만달러(약 6,717억원)에서 2018년 8억8,300만달러(1조706억원)까지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인구 6억명을 넘어선 아세안의 의료시장 확대 가능성도 태국의 주요 노림수 중 하나다. 태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의약품과 의료서비스를 찾는 역내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고, 이를 글로벌 의료기업들이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선 우수한 의료인프라와 투자 인센티브, 여기에 아세안 수출 접근성까지 미리 갖춘 태국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는 계산인 셈이다.

태국 보건당국 관계자는 "태국은 특히 성장세가 뚜렷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국가로 향하는 육로 수출에도 강점이 있다"며 "여러 모로 태국은 이상적인 의료산업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태국 내 코로나19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 18일까지 23일간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최근 해외에서 입국한 소수의 자국민이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 수는 3,148명이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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