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이 신입과 경력사원 180명을 뽑기 위해 21일 실시한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응시자들은 고사장 감독관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시간을 다르게 운영해 공정한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시험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이번 필기시험에는 무려 1만1,000여 명이 몰려 경쟁률이 60대 1을 상회했다.
22일 남동발전 공채 응시자들에 따르면 전날 필기시험은 서울 경기 대전 대구와 남동발전 본사가 있는 경남 진주시의 다수 대학들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시간은 총 100분으로 NCS직업기초능력평가(기초평가)와 NCS직무수행평가(직무평가)로 나뉘어 실시됐다. 전자는 의사소통ㆍ문제해결ㆍ자원관리 등 일반적인 능력을, 후자는 전기ㆍ기술 등 직무와 관련한 구체적 지식을 평가했다. 기초평가에 과목별로 15분씩 45분(45문항), 직무평가에 55분(60문항)이 배분됐다. 모든 과목은 할당된 시간 내에만 푸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일부 고사장에서는 직무평가를 풀고 남은 시간을 기초평가를 다시 푸는 데 사용했다. 다수의 응시자들은 가천대ㆍ경상대ㆍ서경대 등에서 감독관이 안내를 잘못하거나 다른 과목을 풀어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서경대에서 시험을 본 남성은 "시작 전 감독관이 과목 상관 없이 100분 동안 문제를 풀면 된다고 안내했다"면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방식이라 의아했다"고 말했다. 진주의 경상대에서 시험을 봤다는 30대 남성은 "40명 중 6명꼴로 해당 시간과 상관 없는 문제를 풀고 있었지만 감독관이 제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응시자들은 이런 차이가 당락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초평가는 시간만 충분하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다수라 한정된 시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게 핵심이다. 반면 직무평가는 전공 지식이라 알면 풀고 모르면 못 풀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남는다. 경기 성남시 가천대에서 시험을 본 한 20대 남성은 "기초평가는 시간이 부족해 다 못 푼 반면 직무평가는 20분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NCS 시험 강사들도 사실관계가 확인될 경우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민제 바른적성심리연구실 대표는 "고사장별로 시험 시간을 다르게 안내했다면 재시험을 봐야할 정도로 심각한 형평성 위반"이라며 "이런 식의 안내는 6년의 강사 경험 중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코로나19 관련 문진표를 작성하고 QR코드를 찍는 과정에서 입실이 40분 정도 지연되며 시험 일정에 차질이 생긴 고사장도 있다. 일부 고사장에서는 '파본 검사'를 위해 시험지를 한차례 나눠준 뒤 다시 걷고, 40여 분간 수험생들에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대 여성 응시자는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로 공채가 없어 심란한데 오랜만의 공기업 공채가 말썽을 부려 속상하다"고 했다.
응시자들은 "재시험이 필요하다"며 정부기관 및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넣고 있다. 남동발전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필요하다면 재시험 등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동발전은 이날 응시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고사장 운영 미흡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공정성, 절차상 적법 진행 여부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