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월 1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헌법 개정 시 다음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영TV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이 개정되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결정 전이라며 "두고 보자, 좀 더 있으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헌법 개정이 없다면 2년쯤 뒤에는 업무 대신 잠재 후계자를 찾는 데 주목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일을 해야지 후계자를 찾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기 출마 가능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국정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다. 또 소련 붕괴 이후 정치적 혼란이 극심했던 1993년 채택한 현행 헌법을 정치가 상당히 안정된 지금, 개정할 때가 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개헌안은 사실상 푸틴의 집권 연장의 문을 열어 주는 게 핵심이다. 3선 연임을 제한하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이 통과하면 오는 2024년 4기 임기를 마치는 푸틴 대통령은 5기 집권을 위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푸틴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최장 12년 더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무려 36년간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 지위를 누리는 셈이다.
개헌안의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푸틴의 지지도가 50% 내외로 떨어지긴 했으나 적극적 푸틴 지지자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참여율을 고려하지 않고 응답자의 과반 찬성만으로도 안건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냉소적인 유권자들의 불참은 푸틴에겐 오히려 힘이 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국민투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4월 22일에서 오는 7월1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러시아중앙선관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유권자가 몰리는것을 방지하려고 이달 25일부터 미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잡히지 않은 러시아는 닷새째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20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729명으로 총 58만4,68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